Kindergarten

아이와 말 2001.8.2

김남시 2005. 10. 30. 04:37
아가에게 말은 이해되기 보다는 '작용'한다.

그것은 마치 마술사나 최면술사의 주문처럼, 그 말이 갖는 내용과 의미보다는 그 운율과 음성적 울림에 의해 녀석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은아, 앉아' 녀석은 그 말을 알아들어 이해한후, 그에따른 행동을 실행에 옮긴다기 보다는 그 말의 주술적 힘에 사로잡혀, 주문처럼 그 말에 반응하는 듯 하다. 어쩌면 말은 녀석에게 '이해와 사고'를 유발한다기 보다는 즉각적 반응과 - 마치 갑작스러운 '쾅'소리에 움찟 놀라듯이 - 그로부터 환기되는 자발적 행위로 이어지는 듯 하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엄마 아빠가 대화중에 무심결에 흘린 '아이스','과자','사탕' 등의 단어가 녀석에게 불러일으키는 저 갑작스러운 욕구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녀석은 그 단어들에 홀린듯,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그것들을 내 놓으라고 졸라대기 시작한다. '아이쯔, 아이쯔' 하고. 따라서 녀석 앞에서 우린 말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욕'이나 '저주'가 '소통적으로 이해'되기 보다는 말을 달은 당사자들의 즉각적 감정반응을 - 마치, 주먹으로 치거나 때린 것처럼 - 불러내듯이 어쩌면 말의 원초적 형태는 이처럼 그것의 '수행적 작용'과 더 깊게 관련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인가를 명명하고, 명령하며, 선언하고 축복 혹은 저주를 내리는 등의 말이 가진 수행적 기능을 밝힌 오스틴, 설등의 Pragmatics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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