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깨닫는 아이 2001.7.22

김남시 2005. 10. 30. 04:36
처음엔 녀석 눈을 가리키며 '이거 뭐야?'라고 물으면 '누운'이라고 대답만 하던 녀석이, 이젠 아빠, 엄마, 곰돌이 인형, 그림책 속의 사자, 코끼리, 타조, 오리, 자기가 타고노는 목마, 텥레비젼에 등장한 아프리카 독수리까지 모두 '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눈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 앞에서 녀석은 고집스럽게 손가락으로 그들 눈을 가리키며 가리키며 '누운'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녀석에게는 자신에게 존재하는 눈이 엄마, 아빠에게도 나아가 다른 모든 동물, 인형, 그림들까지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저 눈의 보편성을 놀랍고 경이롭게 깨닫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자기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눈이 모두가 다 가지고 있다는것, 자기 존재가 저 모든 다른 존재들과 보편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깨달음...

 이는 그리하여, 자기 자신을 대상화시켜 자신과 타인을 자신과 다른 존재들을 비교할수 있게되는 자아 개념 형성의 첫발에 다름아닐 것이다. 녀석이 가지고 놀던 아기 인형에만 붙여 부르던 '아가'라는 이름을, 동네에서 만난 다른 아가들에게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면서도 '아갸'라고 부르는 것 역시 이와 관련있을 것이다.  

이렇게보면, 인간이 자신을 동물로서, 나아가 인간으로서 보편적 존재로 깨닫는 것이 자신을 다른 동물, 나아가 다른 사람 - 인종, 성별, 피부색, 국가 등에 따라 구별되는 존재로 깨닫는 것보다 훨씬 선행하며 근원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