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금지하는 부모 2000.7.29

김남시 2005. 10. 30. 04:23
녀석의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녀석에게 가해지는 제재도 커진다.

화장대를 딛고 끙하고 일어서 휘청거리며 화장대 위 물건들을 잡으려고 몸을 뻗치거나, 엉금엉금 기어나와 화장실 앞에 놓여있는 걸레나 매트를 집어 입에 넣으려하거나, 밥상위에 놓여있는 뜨거운 찌게그릇에 손을 집어넣으려 하거나 하면, 우린 소스라쳐 녀석을 그 '위험한 행동'으로부터 떼어놓는다.

제지와 금지보다는 북돋워주고 용기를 갖게하려는 내 어설픈 육아철학이 현실 앞에서 화들짝 허물어지고 마는 순간이다.  

녀석이 좋아하는 뾰족한 물건,날카로운 비닐조각, 돌아가는 선풍기 팬을 빼앗아가는 부모를 보고 녀석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하고 싶어하는 것만 골라 못하게 하는 심약한 부모에 대해, 재미없는 장난감 따위나 쥐어주는 무기력한 부모에 대해 녀석은 벌써부터 싫증과 반항을 차곡차곡 키워가지는 않을까.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세상 앞에서 녀석은 펼치고 싶은 꿈들을 하나 둘 접어버리고 하루하루를 눅눅하게 견디어 가는 소시민으로 자라나지 않을까.

쾌락과 현실, 꿈과 금지의 대립들 속에서 녀석이 선택할 삶의 방향은 어디쯤 놓여지게 될까. 그런데,그것이 정말 녀석의 선택일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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