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스스로 배우는 아이 2000.7.18

김남시 2005. 10. 30. 04:22
요즘 녀석은 눈을 뜨자마자 몸 일으켜세우기를 연습한다. 배를깔고 팔과 다리를 이용하여 포복으로 기기만 하던 녀석이, 이젠 팔목과 다리를 이용해 몸을 일으켜세워 웅크린 자세를 취하고, 붙잡을 것이 있으면 다리를 세워 일어나려고 용을 쓴다.

혼자 일어나 앉기 위해선 엎드린 상태에서 두팔로 땅을 짚고 다리를 앞으로 끌어당겨 허리를 세워야 하는데, 녀석은 그러기위한 전단계, 말하자면 '업드려 뻗쳐'자세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기우뚱하고 옆으로 나자빠지는 것이다.

잘못해 머리를 땅에 찧거나 하면 꽤 아플것임에도 녀석은 또다시 일어나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한다.

그 자세에서 팔과 다리를 엇갈려 앞으로 내딛게되면 녀석은 배밀이가 아닌 네발로 길 수있게 될 것이다. 그리곤, 난간이나 아빠 손을 잡고 다리를 힘주어 펴, 상체를 일으켜 세우게되면, 녀석은 얼굴을 앞으로보고 걷는 '직립보행'의 첫단계를 성공하게 될 터이다.

이 모든 것들을, 누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연습하고 넘어지며 익혀가는 아가의 모습을 보면, 난 지쳐버린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제 스스로 차근차근 삶의 단계들을 밟아나가는 녀석의 저 생명력은 어디서 솟아나는 것일까.

내 삶을 이끌어 주던 저 안쓰럽지만 생그러운 기운은 누가 다 소진시켰을까. 난 무엇을 위해 내 안에 있던 생에의 의욕을 몽땅 퍼부어버렸을까.

엎드려뻗쳐 자세에서 팔과 다리를 움직여보려 버둥거리는 녀석을 안스럽게 쳐다보고 있던 내게,
어느새 녀석의 얼굴이 와 있다. 녀석은 자랑스러운듯 아빠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내 속에 잠자고 있던 삶에의 열정, 녀석의 직립보행만큼이나 힘들어 보일 미래에 대한 의욕과 용기를, 그 얼굴은 불러내고 있었다.

그래, 아가와 나는 함께 두발로 서서 땅위를 걷는다. 녀석이 아빠의 손을 잡고 달려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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