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문지방을 넘는 아가 2000.7.1

김남시 2005. 10. 30. 04:21
아가가 문지방을 넘는다.
방안과 바깥을 구별해주던 문지방을 이젠
스윽 넘어 부엌으로 향한다.

문지방을 넘는다는건 경계를 넘는다는 거다.
그 경계를 스윽 넘어버림으로써 아가는
이 집안을 온통 자신의 구역으로 선포하였다.
이제 녀석이 가지못하는 곳은 없다.
문턱으로 나뉘어있건, 문지방에 의해 구별되어 있건
이제 녀석은 씩 한번 웃곤
스윽 넘어버릴 것이다.

아가가 방과 부엌, 부엌과 현관, 부엌과 목욕탕의 구분을 없애버림으로써 우리는
방과 부엌, 부엌과 현관, 부엌과 목욕탕의 구분없이
녀석을 주시해야 한다. 녀석이 문지방을 넘는 순간
방안으로 한정되있던 우리의 감시망을 녀석은 훌쩍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아가가 문지방을 넘는다.
문지방을 넘는다는 건 이제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우린 이제 부엌과 목욕탕, 현관까지
녀석이 집어삼킬 무엇이 없도록 청소해야 한다.

목욕탕 문앞까지 기어나와 세수하는 나를보고 웃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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