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아가가 울때 (2000.5.23)

김남시 2005. 10. 30. 04:14
녀석이 까닭없이 운다. 아니, 녀석에겐 까닭이 있겠지만, 그걸 내가 알지못하니 내게 녀석은 까닭없이 우는듯하게 보인다. 배가 고픈것도, 귀저기를 적신것도 아닌데 녀석이 보채듯 울때면, 난 덜컥 불안해진다.

지난번 잘 씻지않고 물려준 젖병 때문에 배가 아픈건 아닌지, 귀찮아서 제대로 집어 버리지 않았던 손톱부스러기들이 목에 걸린것은 아닌지, 대충 물기만 말리고 갈아주었던 귀저기때문에 발진을 일으킨건 아닌지...

말하지 못하는 존재 (영어의 infant는 '말하지 못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혹은 말하지 않는 존재에게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모든 일들은 지레짐작의 혐의를 부여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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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모든 방책을 동원해 시도해 보았는데도 녀석의 울음이 그치지 않으면, 우린 녀석이 '떼'를 쓰고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린 아가가 울때는 그가 배가고프거나, 오줌을 쌌거나, 어디가 아프거나 한 것이라고 짐작해버린다. 그러나, 녀석이라고 해서 앞으로 살아갈 것이 막막하게 느껴지거나, 부모 얼굴이 잠시 보이 않을때 예감한 '이별'의 고통을 미리 슬퍼하고 있거나, 젖을 통해 예쁜 새옷을 적셔버린 것을 속상해하고 있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녀석의 울음을 다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오만인 것처럼, 앞으로 녀석의 삶을 다 내가 결정할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헛된 것일게다. 녀석에겐 부모라도 어찌할수 없는 녀석만의 삶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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