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자, 미디어

인터넷, 지식, 권력

김남시 2005. 5. 1. 17:58

구지 미셀 푸코의 이론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지식은 역사적으로 늘 권력을 수반해왔다. 고대 사회의 제사장은 자신만이 신에게로 이르는 통로를 독점함으로써 그 사회 속에서 배타적인 권력을 누려왔다. 중세의 수도원은 일반인들에겐 다가갈수 없는 지식들을, 언어를 통해서, 혹은 종교적 금지를 통해 차단하고 독점함으로써 그 지식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권력에 참여해왔다. 특정한 지식이 정치적이고 물질적인 힘으로 전화해 실질적이자 물질적 권력으로 전화한 경우를 우리는 루터의 종교개혁에서, 프랑스 혁명의 사상가들에게서 나아가 마르크스의 혁명이론에서 경험한다. 지식은 그에대한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물질적이고 정치적인 힘으로 전환되고, 그를통해 실지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인터넷의 등장과 더불어 지식이 권력과 물질적 힘으로 전환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은 엄청난 규모로 단축되었다. 한권의 책이 혹은 사상과 이념이 출판되어,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읽히게되는 시간을 인터넷은 제거해버렸다. 이제 누군가의 생각과 이념과 지식은 인터넷을 통해 거의 실시간에, 그것도 출판된 책과는 비교도 되지않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전파된다. 이를통해 인터넷은 지식과 권력 사이에 놓여있던 시간적 거리와 공간적 한계를 제거해버렸다. 누군가의 생각과 이념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에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공간적 범위로까지 확장되어 그를 권력화시킨다.

권력화되는 지식은 사람들의 인정을 필요로한다. 인터넷은 그 어느 매체보다 저 권력을 지향하는 지식들이 얼마나 타인의 인정에 의존되어 있었던 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의 정보, 지식이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된다는 하나의 사실만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와 사진들을 모아 공개한다. 단 한번의 클릭으로 이루어지는 추천혹은 댓글이라는 형태로 인터넷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지식과 그렇지 못한 지식을 가시화시킨다. 인터넷을 통해 인정받은 지식은, 그를 인정한 사람들을 통해 또다시 전파되고, 확산되고, 그를통해 그 지식과 그 지식의 제공자는 인터넷 속에서의 권력을 획득하게 된다.

그렇게 얻어진 권력은 그 지식의 제공자에게 공짜 영화표를 혹은 공짜 책이나 연극표를 제공하게도 하며, 책을 출판하거나,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진출의 가능성으로 이어지게도 하며,  나아가 실제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시위나 데모의 형태로 물질화되기도 한다. 인터넷이 이전 시대의 독점적인 권력을 해체하고 분산시켜, 보다 민주주의적인 권력과 소통의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초기 인터넷 예찬자들의 유토피아에 내재되어 있던 아나키즘의 이상은 여기에서 좌절되게 된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인터넷은 지식을 탈권력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지식과 권력 사이의 시,공간적 거리를 현격히 단축시킴으로써 지식의 권력화에 더 기여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속에서 권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분산되어 편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