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베를린

카프카와 법관 K.

김남시 2010. 1. 24. 20:34

독일신문 Frankfurt Allgemeine Zeitung에 카프카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카프카의 "재판 Prozess"의 친필 유고를 둘러싸고 독일과 이스라엘, 그리고 두명의 이스라엘 시민이 서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

 

카프카가 친구 Max Brod에게 자기가 남긴 모든 원고를 불태워달라고 유언했었고, 하지만

막스 브로드는 그를 불태우지 않음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카프카의 글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카프카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번 법정 공방은 그 이후 일어난 역사에서 기인한다.  친구의 유언을 어기면서

카프카의 친필 원고를 보관하던 막스 브로드에겐 오랫동안 그의 일을 도와주었던 여비서 에스터 일제 호페

Esther Ilse Hoffe가 있었다. 막스는 죽기전 카프카의 친필 원고들을 아마도 그의 연인이기도 했을 에스터에게

상속한다.

 

그러나 이 에스터가 1970년대, 이스라엘 정부도 모르는 사이 불법으로, 카프카의 "재판"의 친필원고를  매각해버렸던 것.

독일 마바흐의 문학 아키브는 1988년 소더비 경매장에 나온 이 친필원고를 약 2백만 유로를 주고 구입해

지금까지 보관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독일 마바흐 문학 아카이브를 상대로 이 원고를 이스라엘에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나섰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국민으로 생을 마친 막스 브로드가

유언을 통해 이 원고가 이스라엘에 남기를 원한다고 밝힌바 있으며, 실지로도 에스터가 이를 임의로

팔아버리기 전까지는 사실상 개인에게 속해있지만 이 유대인 작가의 원고는 이스라엘의 문화적 유산이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이 원고를 임의로 매각했던 에스터가 2007년 사망한후에

자신이 막스 브로드에게 상속받은 카프카의 원고들을 자신의 두 딸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서가 공개된 일이다.

에스터의 두 딸인 Chava Hoffe 와  Ruth Wiesler는 이를 근거로 카프카의 그 원고에 대한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음을 주장하고 나섰고,현재 80 살인 Chava Hoffe는 만일 그렇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카프카의 <재판> 친필원고를 둘러싸고 이스라엘 정부, 독일 마바흐 문학 아카이브, 그리고 에스터의 두 딸이

모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카프카가 자신의 원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금의 상황을 보았다면, 이것이야말로 '카프카적 kafkaisch'이라고 여겨지 않았을까? 더 흥미로운 일은 이 공방을 이끌고 있는 이스라엘 법관의 이름이 <재판>의 주인공 K. 와 같은 범주에 속할 

 Talia Koppelmann 이라는 것이다.  

 

기사 원문

http://www.faz.net/s/RubBE163169B4324E24BA92AAEB5BDEF0DA/Doc~EA5E94DFFC0144600B16BEE5E8AEB634C~ATpl~Ecommon~Sconten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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