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베를린

<화요논평 2009년 6월 9일분>을 대신해. 내 자리

김남시 2009. 6. 16. 01:28

 

가끔씩 악취를 풍겨주는 수돗물은 필터 하나에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정수기 회사들과 공조하고,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직원들을 일터에 붙들어 놓는 기업들은 수면부족과 과로로 인한 건강훼손, 심지어 과로사를 경고해 대는 수많은 영양식품과 보험들과 공조하며, 조기 퇴직으로 일을 잃고 지하철 경로석을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은 언제 해고될지 몰라 눈치를 보며 일해야 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불안과 공조하고, 이들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골목 골목마다 늘어서 있는 술집과 식당들과 공모하며, 1년도 안되어 최신 기종으로, 그것도 공짜로 바꾸어 주는 핸드폰은, 40 넘기 전에 중년 직장인들을 젊은 직원들로 교체해버리는 기업 문화와 공모하고, 설합 속에 쳐박혀 있는 멀쩡하게 기능하는 구형 핸드폰 들은, 멀쩡하게 일할 있지만 일을 하지 못해 거리에 쳐박힌 중년 퇴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실제 직장 생활엔 도무지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까지를 /퇴근길의 만원 지하철에서까지 암기하게 하는 지식 인플레이션은, 비싼 가격에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수많은 강좌와 지침서들과 공모하며, 짧은 치마와 하이힐에 길들인 여자들의 다리는 지방 흡입과 부분 성형을 제공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을 먹여 살리고, 대학을 나와야만 입사원서라도 써볼 있게 하는 사회는 온순하게 길들여진 청년들을 양산하는데 기여하고, 6 때부터 방과후 영어 학원을, 중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입시학원을 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부모들이 직장과 일자리에 얌전하게 매달리게 하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내가 비집고 들어서야 자리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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