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품이나 철학자들의 철학을 그들의 개인적 삶과 연결시켜 읽으려는 방법에는 한편으로는 우리가 유명한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려고하는 파파라치적 호기심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거기에는 누군가의 작품이나 철학 이론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들의 '삶'에 근거하고 있(어야한)다는 깊은 요구가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하이데거는 다른 철학자들에 비해 그의 내밀한 사생활이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철학자에 속한다. 그의 철학이 갖는 지명도와 영향력 속에 묻힌 그의 개인적 사생활은 그를 다만 Schwarzwald 오두막에서 고요히 사색에 잠겨있는 전형적 철학자의 모습으로만 드러나게 한다. 하이데거가 부인 엘프리데 하이데거 Elfride Heidegger 에게 보낸 편지들을 묶은 이 책은 이런 고고한 철학자 하이데거를 한 명의 인간의 모습으로 드러내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엔 하이데거 직계 가족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 책의 편찬자인 게투르트 하이데거는 Getrud Heidegger는 이 편지들을 할머니에게 직접 유산으로 물려받은 하이데거의 손녀이며, 하이데거 철학 전집 편찬자인 하이데거의 둘째 아들 헤르만 하이데거 Hermann Heidegger가 이 책에 후기를 썼다. 26 살의 철학강사 하이데거가 칸트 세미나에서 미래의 부인 엘프리데를 처음 만난 이후 1970 년 까지 쓰여진 이 편지들엔, 카톨릭 집안의 하이데거와 프로테스탄트 집안의 엘프리데가 결혼을 앞두고 겪었던 어려움이, 동료 야스퍼스가 유대인 여자와 결혼하고 독일 사회가 '유대인화' 되는 데 대한 하이데거의 반 유대주의적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나아가 우리는 이 편지들에서 하이데거가 결혼 후 생겨난 자신의 여성편력 - 그 중 한 명이 한나 아렌트였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 을 아내에게 어떻게 변명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는지를 읽는다. 나아가 이것이 엘프리데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도. 하이데거가 엘프리데에게 보낸 한 생일 축하 카드엔 " 너 안에서 신에게로, 40년 간을 늘 함께 Im Du zu Gott, immer wieder durch 4 Jahrzehnte durch" 라고 쓰여 있었다. 엘프리데는 그 카드 뒷면에 냉소적으로 "많은 애인들에게 보내는 연애 편지 모델"이라고 쓴다.
이 책은 또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스캔들 하나를 이야기 해 준다. 하이데거 전집 편찬자인 헤르만 하이데거는 이 책 후기에서 자신이 하이데거의 친 자식이 아니라 엘프리데의 젊은시절 남자 친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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