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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질과 비유

김남시 2002. 1. 23. 08:33
마르코의 진술에 의하면, 독일에서는 환자의 고통의 질 Quality 이 한국에서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듯 하다.

한국에서 환자가 자신의 고통을 그 양상과 강도에 따라 비유적으로 묘사하기를 요구받는다면 - 바늘로 찌르는 듯이, 망치로 때리는 듯이, 칼로 베는 듯이,불타듯이 아프다... - 독일의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그의 고통이 "어디"에 있으며, 얼마나 지속적인가 등을 중심으로 물어본다.

고통의 질에 대한 비유적 묘사가 그를통해 주관적, 사적, 개인적 고통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고, 도움을 청하며, 애원하는 등의 심리적, 심정적 전제에서 이루어진다면, 고통에 대한 객관적 보도 Bericht 는 이와는 다른 고통과 육체에 대한 태도를 전제로 한다.

그 태도는 자신의 고통을 최대한 객관화, 대상화 시키고 그로부터 사적이고 개인적인 성격을 박탈, 이를 엄밀한 관찰과 처리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자연과학적 태도에 가깝다.

한국의 의사들이 물어보는 고통에 대한 저 비유적 묘사들은, 의사 수업시 교과서에서 배운 것일까? 아니면, 의사들 개개인의 고통의 체험에서 길러진 것일까? 전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그 교과서의 저자는 언젠가 그 고통을 직접 체험해보아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찌르듯이 아픈"것과 "가는듯이 아픈것"의 증상 차이를 통해 서로다른 처치방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누군가의 배가 "쥐어짜듯이 아프다"는 진술이, 그저 배가 매우 아프다는 진술보다 증상의 처치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