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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세계에 대한 지각

김남시 2006. 10. 9. 07:15

 

누구나 접속할 있는 인터넷 공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지각된다는 의미에서 객관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을까.  인터넷을 규정하는 가상공간이라는 말은, 마치 인터넷이 누구나 가서 들여다 있는 공공장소 게시판처럼 어떤 매개없이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지각 가능하다는 착각을 심어주지만, 사실상 우리는 우릴 곳에 접근하게 해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없이는 인터넷 공간의 무엇도 지각할 없다.  자신의 컴퓨터에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면 우린 특정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나 음악을 듣지 못할 것이며, 동영상을 수있게 해주는 그래픽 카드와 그를 재생시겨주는 특정한 플레이어가 깔려있지 않다면 우린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동영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특정한 음악, 동영상 파일 등은 그를 재생시켜주는 특정한  플레이어가  컴퓨터에 깔려 있어야만 우리에게 소리로, 화면으로, 그림으로 지각가능해 진다. 말하자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의 객관적 지각 가능성은 그를 재생, 재현, 매개해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의존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공간의 객관성과 보편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인터넷 공간이 제공하는 다양한 멀티 미디어 정보들을 지각할 있게 만큼 업그레이드되어 있지 않다면 내게 지각되는 특정한 인터넷 사이트는 다른 사람에게 지각되는 것과 달라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터넷 공간이 곳에서 모두가 동일한 것을 지각할 있는 공공장소의 대자보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상 내게 보여지고 들리는 인터넷 사이트는 내가 갖추고 있는 컴퓨터 사양과 거기에 깔려있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들리는 그것과는 다른 것이 된다. 이처럼 인터넷 공간의 지각 가능성이 공간에의 접근을 비로소 가능케 하는 기술적 수준에 의존되어 있다면,  기술적 수준의 결핍은 우리를 마치 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곳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맹인이나 귀머거리로 만들 것이다. 

 

외부 세계의 객관성과 보편성이 그를 듣고, 보고, 냄새맡고, 만지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감각적 지각 능력에 의존되어 있듯이 인터넷 공간의 객관성과 보편성은 그를 듣고, 있게 해주는 우리가 소유한 컴퓨터의 기술적 능력에 의존되어 있다. 외부 세계를 지각하기 위해선 우리의 자연적 감각 능력만으로 충분하지만, 점점 많은 멀티미디어적 정보들로 채워져 가는 인터넷 공간을 지각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장치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우리의 세계 지각이 점점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의존해 갈수록, 인터넷 가상 공간을 지각하게 해주는 기술적 장치들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 역시 점점 높아져 것이다. 기술적 장치들에 대한 자본주의적 방임은 그리하여 미래 사회에 커다란 정치, 사회적 문제들을 낳게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