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자, 미디어

발터 벤야민, 축구, 언어

김남시 2006. 7. 6. 21:15
 

말많은 월드컵 한국과 스위스 , 두번째 골을 허용하고 나서 골키퍼 이윤재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주심에게 달려가 그것이 분명한 오프사이드 였다고 격렬히 항의했다. 골이 한국팀을 월드컵에서 탈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하면 그들 항의의 격렬함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흥미로운 한국 선수들이 자신과는 말이 통할리 없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심판에게 불만을 폭발시켰던 언어가 다름아닌 한국어였다는 것이다. (이는 이천수의 최근 인터뷰를 통해 확인되었다.)

 

티브이 중계를 통해, 급박하게 항의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과 아르헨티나 심판 사이의 숨가쁜 대화장면을 사람들에겐, 이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았을 한국 선수들과 아르헨티나 심판 사이에서는 도대체 어떤 메시지,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도대체 한국 선수들과 심판 - 사이에서 이루어진 진귀한 대화와 커뮤니케이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한국어를 알아들을리 없는 아르헨티나 심판이, 한국 선수들의 한국어 항의를 듣고 도대체 무엇을 이해했었을까. 대화 상대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이 서로가 이해 가능한 공통의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그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것은 무엇이었을까.

 

발터 벤야민에게 언어, 단지 사람들이 서로 특정한 단어들을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좁은 의미의 언어를 훨씬 넘어서있다. 인간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물들, 나아가 사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의 정신적 본질을 드러내 표현하고 있는데, 벤야민은 이런 모든 종류의 정신적 내용을 전달 jede Mitteilung geistiger Inhalte’ 하는 매체를 전부 언어로 파악한다. 인간의 언어란 다만 넓은 의미의 언어 편의상 이를 일반적 언어’ Sprache überhaupt라고 말하자. - 특별한 경우[1] 불과하다. 이러한 일반적 언어의 특징은 그것이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수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언어는 그를 통해 durch 어떤 정신적 본질이 전달되는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 오히려 정신적 본질은 언어 속에서 in 자신을 전달한다. 말하자면 언어는 언어의 바깥에 존재하는 어떤 정신적 메시지를 싣고 수신자에게 전달해 주는 운송 매체가 아니라, 정신적 메시지 자체가 수신자에게 언어로써 지각되고 읽혀짐을 통해 기능하는 자기 완결적 존재라는 것이다. 전달의 수단으로서의 언어, 전달의 대상으로서의 사태혹은 사물, 인간이라는 수신자의 삼분구조를 통한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언어에 대한 부르조아적 이해라며 거부[2]하는 벤야민에게, 언어는 자신이 전달할 어떤 내용을 따로 가지고 있어 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 가능성 자체 eine Mitteilbarkeit schlechthin’ 전달[3]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언어는 그것이 언어로써 받아들여지는 순간, 이미 자신의 정신적 본질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의 언어관은 이제 한국과 스위스전에서 일어났던 한국 선수들과 아르헨티나 심판 사이의 대화 정체를 이해하려는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 한국 선수들이 심판에게 항의를 할때 사용했던 한국어는 심판에게는, 거기에 사용되었던 단어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되는 좁은 의미의 언어가 아니라, 한국 선수들의 정신적 본질을 자체로 표현하고 있던, 넓은 의미의 일반적 언어의 구성 요소였다. 심판은 한국 선수들의 거친 제스쳐, 격앙된 목소리, 그들의 급박한 표정과 함께 발화되었던 한국어 그에겐 다만 이해되지 않는 음성적  소음에 불과했었을 부당한 판정에 대한 항의라는 정신적 본질을 속에서 in 드러내고 있는 넓은 의미의 언어 읽음으로써, 독특한 언어를 통한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조건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첫번째 출발은, 심판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뻔히 알면서도 한국어로 그에게 항의했었던 한국 선수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셈인데,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라는 인공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사물들의 정신적 본질이 서로 전달가능하다고 하는 순수언어의 전달 가능성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1] Walter Benjamin : Über die Sprache überhaupt und über die Sprache des Menschen, GS. II.1, S.140.

[2] Walter Benjamin : Über die Sprache überhaupt und über die Sprache des Menschen, GS. II.1, S.144.

[3] Walter Benjamin : Über die Sprache überhaupt und über die Sprache des Menschen, GS. II.1, S.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