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담배를 피우며 2000.7.27

김남시 2006. 2. 17. 05:30
척척 달라붙는 더위마냥 끈적끈적한 고민들에 휩싸여 담배를 피워물면, 연기는 대뇌 주름 하나하나에까지 스며들어가 날 노곤하게 만든다. 아이들과 떠들며 사교상 피워무는 담배와는 달리, 대뇌가 자신에게 가해지는 연속되는 공격들에 지쳐 뻗어있기 때문일게다.

내 폐를 거쳐 여과되어 나온 연기가 길게 하늘위로 날아오를때 내 속의 잡다한 불순물들도 함께 씻겨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고 연거푸 담배를 피워물지만 담배는 내 목과 입안을 더럽히고 머리만 어지럽게 만든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적당한 목마름, 척척하게 늘어붙는 피로감, '사는게 다 그렇지 뭐'라는 사소한, 그러나 몸 속에서 점점 쌓여져 가는 패배감.... 뭐 이런 것들이 담배를 찾게 만드는 잡다한 원인들일 게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문구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 바로 담배 앞에선 인간의 사소함, 담배의 현상학적 몽환에 빠져들고 싶어하는 나약함....

그런 점에서, 담배는 Femme fatal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