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오른쪽 시력이 생활하기에 큰
불편은 없길래 그냥지내오다가,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안과에 갔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오른쪽 시력이 내 왼쪽뇌에 시각자극을
주지않음으로써 뇌를 dumm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의사의 말이 날 화들짝 놀라게 한다.
나의 왼쪽 뇌는 눈으로부터의 자극을 근
몇년동안이나 받지 못한채 잠자고 있을 것이었다. 눈을 통해 취득되는 정보의 양과 다채로움을 생각하면, 나의 왼쪽뇌는 펜티엄 3의 칩을
탑재하고서도 전자계산기 정도의 역할도 해내지 못한 컴퓨터와 같다.
이제 안경을 쓰게되면 그 뇌는 서서히 저 깊고도 오랜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조금씩 그 뇌는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고, 그리고 저 시각이 주는 풍부하고도 현란한 정보들을 받아들이며 자라날 것이다.
본의 아니게 혼자서만 모든일을 처리하고 있었던 오른쪽 뇌는, 잠자고 있던 왼쪽 뇌에대해 지니고 있던 업무상의 반감을 더이상 가지지
않아도 될터이고, 그를통해 나의 왼쪽과 오른쪽 뇌는 이제까지의 불편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협력관계에 도달할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나의 교란,Stoerungen, 두통, 내 삶에 있어서의 장애들은 저 좌우의 뇌가 일으켜내던 불편한 충돌로부터
기인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좌우의 뇌의 Diskrepanz가 만들어내던 내 삶의 Diskrepanz...
이제 모든 것이 안정과
균형을 되찾을 것이다. 내 오른쪽 눈이 시력을 잃기전, 나의 삶이 지니고 있었던, 젊은 활력과 균형의
질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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