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dergarten

한국 부모들의 비극적 딜레마 2000.6.14.

김남시 2005. 10. 30. 04:18
아가의 첫 분유를 결정할때 부터 우린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분유는 근 10여종이 넘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그 중 어떤 걸 골라야 할 것인가? 신중해야 했다. 왜냐하면, 분유 회사마다 분유의 성분과 배합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 번 먹이던 분유를 중간에 다른 것으로 바꾸기가 힘들며, 굳이 바꾸어 먹일려면, 아가가 적응할수 있도록 섞여먹이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15,000원에서 11,000원 정도에 이르는 가격차. 거기다 분유회사들은 같은 회사제품 중에서도 가격에 차등을 둔 제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었다. 당연히 좀 더 비싼 제품엔 좀 더 좋은, 많은 , 아가에게 좋은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다고 선전하고 있었고...

 난 이 첫번째 결정 앞에서, 우리 나라에서 아가를 키우는 부모들이 겪어야 하는 비극적 딜레마의 고통을 예견하였다. 어떤 부모인들 자식에게 좀 더 좋고, 좀 더 낫다는 분유를 먹이고 싶지 않겠는가! 그 어떤 부모가 고급스럽고 예쁜 아가 옷 대신 빈한하게 보이는 싸구려 옷을 입히고 싶어하겠는가! 나중에 자식이 성장해 학교에 다니게 될 때, 부모가 남겨준 빈한함의 흔적이 자식의 가슴에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걸 어느 부모가 알지 못하겠는가!

서로 다른 가격대의 분유를 판매하는 분유회사는 돈이없어 비싸고 좋은 분유를 먹이지 못하는 부모들을 배려해 싸고 낮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고 있는것인가.

자식에 대한 최선의 사랑이 자식에게 쏟아붇는 '최고의 금액'으로서만 인정되는 사회. 돈많고 능력있는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군대를 면제시켜 주고, 조기 유학을 보내고, 최고의 교육을 시키는 동안 돈없는 우리 부모들은 그때문에 자식들이 느낄 박탈감의 괜한 표적이 되어 움츠려들어야만 하는 사회.

비싼 분유를 먹여 키우는 아가 앞에서, 자식에게 싼 분유를 먹여야 하는 부모의 미안함, 혹 자식이 아프거나 다른 아이에 비해 허약한 것이 비싼 분유를 먹이지 못한 부모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자책감, 비싸고 그럴듯한 유모차를 타고온 아이 앞에서 우리 아이의 가슴에 남을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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