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 있는 세계

슈레버 책 실물

김남시 2010. 6. 26. 01:55

출판사  출판기념 모임에 가서 드디어 슈레버 번역본의 실물을 얻어왔다.

내 노트북의 파일 형태로 존재하던 글들이 찍혀, 묶여져 손으로 만질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아무리 E book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나는, 책이 주는 이 물질성을 좀처럼 포기하기 힘들 것이다.

책은, 그를 열어 내용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그것의 무게, 색깔, 크기와 냄새, 내 손에 와닿는 감촉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는 이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뜨이는 건 이 책의 크기다. 하드카바 양장으로 된 이 책은, 하얀색 표지 덕분인지 같은 류의

다른 책들보다 더 커 보인다. 이 책의 번역 원본인 독일어 판과 비교해보면 약 40% 이상 더 크다.  

 

 

 

아래 사진은 독일어 원본과 번역시에 참고했던 영어번역본, 그리고 이번에 나온 한글 번역본의 크기를

비교해 본 것이다. 역시 한국어 책이 가장 크다.

 

 

 

 

 

그런데, 책을 손에 잡고 들어보면 보통 이 정도 크기의 책이 우리 손에 주던 무게보다 훨씬 가볍다. 출판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얇으면서도 가벼운 '비싼' 종이를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이 책 전체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 표지 안쪽에 그의 이름 -배형원 - 이 써 있다 - 가 표지의 독특한 타이포그래피와

파편적이고 인상적인 형상들 뿐 아니라, 본문의 레이아웃에까지 신경을  썼다.

일반적인 책에 사용되는 '좌우정렬' 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텍스트 오른쪽 단어가 끝나는 부분이 들쑥날쑥하다.

무언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기 보다는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분열증자 슈레버의 텍스트 레이아웃임을 고려한 결과다.

또 각 장의 제목과 본문 사이를 강한 검은 선으로 구분하고  본문과 각주 사이에 강하고 두터운 검은 선을 그어 넣었는데, 

이것이 책의, 종이가 겹쳐져 만들어지는 옆면에 인상적인 무늬를 남긴다.  이것역시 의도적인 디자인이다.

 

약간 크다 싶은 활자체와 이런 '자연스러운' 텍스트 레이아웃은, 첫 인상과는 달리, 오히려 책의 가독성을 높인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2시간 여동안 책을 만지고, 들추어 보았다. 마음에 든다.

다만 본문에서 '벌써' 한 두군데의 오타를 발견했다. 표시해 두었다가 꼭 수정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