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문자와 정체성

김남시 2010. 5. 20. 13:52

국방부 합동 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결정적 증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아래는 그를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기사 일부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20/2010052000704.html?Dep0=chosunnews&Dep1=hotnews&Dep2=news01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북한의 무력공격에 의한 도발’이라는 결론의 ‘결정적 증거(이른바 스모킹건·Smoking Gun)’로 어뢰 프로펠러(추진장치)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장치 등을 제시했다.

합조단 발표에 따르면 지난 15일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거된 어뢰 프로펠러(추진장치)는 5개의 순회전 및 역회전 프로펠러, 추진모터와 조종장치가 포함돼 있다. 합조단은 “이 부품들은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북한산 무기소개책자에 제시된 CHT-02D 어뢰의 설계 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서 북한의 어뢰 표기 방법과 일치하는 ‘1번’이라는 한글표기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북한산 CHT-02D 어뢰는 음향 항적 및 음향 수동추적방식을 사용한다. 직경은 21인치이고 무게가 1.7톤으로, 폭발 장약이 250kg에 달하는 중어뢰다. 러시아산 어뢰나 중국산 어뢰는 각각 자신의 나라 언어로 표기하기 때문에 이 어뢰는 북한산이 확실하다고 합조단은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는 다음과 같다.

 

 

[단독][오늘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 발표] 어뢰 프로펠러에 'XX1번' 北 선전물 활자체와 동일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황대진 기자 djhwa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05.20 03:33 / 수정 : 2010.05.20 10:52

 

李대통령 日총리와 통화 "부인하지 못할 물증 제시"

 

이명박<사진> 대통령은 19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내일(20일)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 때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하고 확실한 물증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침몰에 대한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하토야마 총리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주말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거된 어뢰 프로펠러(추진장치)는 프로펠러 한 쌍(2개) 외에 추진축, 방향타 4개 등이 통째로 포함돼 있다"며 "추진축에 'XX1번'이라고 일련번호와 한글이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1번 앞에 있는 'XX' 부분은 정확한 판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번'라는 한글 모양이 북한 선전용 문구에 흔히 등장하는 활자체(活字體)여서 누가 봐도 북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 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오전 10시 국방부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지금까지의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내용에는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거한 어뢰 프로펠러에 일련번호와 한글(북한 문자)이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새겨진 일련번호 형식과 재질이 7년 전 수거된 북한의 훈련용 경어뢰와 같다는 사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소식통은 "7년 전 수거된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는 '4호'라는 숫자와 한글이 일련번호 형태로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합조단 분석결과 이 숫자들이 새겨진 글자체와 각인(刻印) 스타일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추진축에 한글이 새겨져 있고 프로펠러의 금속 성분 재질도 같은 것으로 분석돼 북한 어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역시 조선일보에 실린 관련 기사다.

 

[오늘 천안함 발표] [왜 북한 어뢰인가] 이번 어뢰(프로펠러)엔 '1번', 7년전 北어뢰엔 '4호'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입력 : 2010.05.20 04:05

 

일련번호 형태·재질 일치 프로펠러 날개면도 조잡…"北,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어리석은 증거 남겼다"

 

천안함 조사 발표를 닷새 앞둔 지난 15일 백령도 천안함 침몰 현장 인근에서 파편 수거작업을 하던 쌍끌이 어선 그물에 작은 프로펠러 2개가 달린 물체가 걸려 올라왔다.정부 고위 관계자가 "북한이 누가 봐도 북한 것이라고 바로 알 수 있는 어리석은 짓을 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결정적인 물증(物證)이 민·군 합동조사단 손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이 물체엔 프로펠러 2개와 작은 방향타 4개, 구동축(추진축) 등이 통째로 달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봐도 어뢰 추진장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태였다. 평택에서 이 프로펠러를 전달받은 천안함 조사 민·군 합동조사단은 추진축에 '1번'이라는 일련번호와 한글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사단은 7년 전 우리 해역에서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경어뢰 프로펠러와 비교해 같은 양식의 일련번호임을 이내 확인했다. 훈련용 경어뢰에는 '4호'라는 일련번호와 한글이 새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조사단의 발표와 그에대한 조선일보 기사를 종합해보면 여기서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되고 있는 것은 

 

1. 현장에서 발견된 '어뢰 추진장치'와

2. 그 위에 "새겨져" 있다는 한글이다. 

 

  조선일보에는 그와 관련된 사진도 실려있다.

 

 

왼쪽 사진은 이번에 발견된 어뢰 추진장치 위의 "1번"이라는 한글표기 - 북한문자 (!) -  이며, 오른쪽은 7년전  군이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경어뢰 위에 '새겨져' 있다고 하는 "4호"라는 글자다.

그런데, 아무리 호의적으로 보려고 해도 이것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호언하듯 "세계 어느나라,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하고 확실한 물증"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사에 쓰인 표현과는 달리 어뢰 위에 글자는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잉크로 "쓰여져" 있다.

그리고 거기에 쓰여진 문자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다 읽고 쓸 수 있는 한글이다. (이를 '북한문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를 통해 이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글까지 북한과 연계시키고 싶어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직으로 써 넣을 수 있는 이 간단한 글자 "1번"에서 부터 이것이

"북한 선전용 문구에 흔히 등장하는 활자체여서 누가 봐도 북한 것임을 알 수 있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근대 필적학  Graphologie 을 정립한  Ludwig Klages도 놀랄만한 필적학의 고수가 아닐 수 없다. 이 필적학의 고수는

이 왼쪽의 "1번"과 7년전 발견된 훈련용 경어뢰 위의, 역시 잉크로 쓰여져 있는 글자 "4호" 사이에서도 놀랄만한  동일성을

이끌어낸다.  "합조단 분석결과 이 숫자들이 새겨진 글자체와 각인(刻印) 스타일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한 것일까? 이 짤막한 2음절의 쓰여진 문자의 글자체와 '각인 스타일'을 비교함으로써 이 둘이 모두

'북한' 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는 것을 그는 어떻게 유추할 수 있었을까? 그 둘이 '동일인물'에 의해 쓰여진 필적이라는 것을

파악하기에도 불충분한 대상으로부터 나아가 그것이 모두 '북한인' 이라는 보편자로 묶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도대체

어떤 마법적, 혹은 신비적 능력을 통해 알아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