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Paranormal Activity

김남시 2010. 1. 19. 09:28

씨네 21 실린 기사를 읽고 영화 Paranormal Activity 구해서 보았다. 비디오 카메라로 찍혀진, 마치 도큐멘트인 것처럼 연출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자연적 시선에는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실체 영혼, 영령 따위 -  대한 영화적 연출을 발견할 있으리라 생각해서였다.

 

케에티는 이미 그녀가 8살때부터 자신에게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다. 밤에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벽을 긁는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돌아다니는 발자국 소리등이 들려오는 것이다. 번은 친구와 살던 집이 원인모를 화재로 불타버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여러번 집을 옮겨 다녔지만, 현상은 그치지 않았다. 심령가에 의하면 그건 그녀가 사는 집이 아니라 바로 그녀에게 어떤 데몬이 붙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자친구 미카는 그녀에게 일어나는 이러한 일의 발자취를 쫓기위해 비디오 카메라를 구입한다. 그리곤 그들의 침실을 매일 촬영한다. 그런데, 그들의 비디오에 찍히는 것은 평상시 그들에게는 지각되지 않는 형체나 소리들이 아니다. 물론 카메라로 촬영하기 그들은, 그들이 잠을 자는 사이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문이 움직이고, 거실의 불이 켜졌다 커지는 등의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건 그들이 그때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카메라는, 예를들어 소위 심령사진 같은 것처럼 자연적으로는 지각되지 않은 자연적 현상들을 지각하게 해주는 가시화의 매체가 아니라 일종의 감시 카메라이다. 그건 도심지 여기저기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용 카메라처럼 그들 주변에 어른 거리는 어떤 초자연적 현상들을, 그들이 직접 보지 않는 도중에도 지켜보기 위해 설치된 카메라다. 우리는 감시 카메라에 찍힌 범인의 모습을 보듯 주인공들이 자고 있을때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들을 본다.

 

하지만 영화가 진전될수록 이러한 카메라의 역할은 변화한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아파트 현관 등에 설치된 감시용 카메라는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카메라 화면을 보는 주체로서의 그들의 눈에 펼쳐지는 그들이 포착하고자 했던 거동 수상자 혹은 범죄자다.   영화 상황의 경우에 감시 대상은 케이티를 찾아와 괴롭히는 데몬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카메라에는 오히려 감시의 주체여야 했을 주인공들의 모습이 점점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등장한다.  처음에 그들은 그런 초자연적 현상에 놀라, 당황해하는 희생자로 등장한다.  그러다  케이티가 점점 카메라로 감시하고 포착하려던 감시 대상 쪽으로 이동해 간다. 그건 어느날 침대에서 일어나 몇시간 동안 서서 잠자는 미카를 바라보다 바깥으로 걸어나가는 케이티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이후이다. 케이티는, 그녀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녀가 설치한 감시 카메라에 자신의 모습을 들키는 감시의 대상이 된다. 처음 그녀를 감시 대상으로 발견한 것은 그녀의 남자친구 미카였다. 하지만 케이티는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가 점점 미카가 들고있는 카메라에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시점과 그녀 스스로가 애초 데몬과 그의 행적을 감시하기 위한 카메라의 감시 대상이 되어가는 시점과 일치한다. 그리고 이는 감시의 적극적 주체였던 미카가 여자친구의 이러한 반응에 밀려 점점 감시 주체의 자리로부터 퇴위하게 되는 사정과 연결된다.

 

백화점, 아파트 현관, 에리베이터 등의 공공 장소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당장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범행이나 사건을 막을 수는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범행과 사건 현장에 즉시 개입할 있는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카메라 화면을 24시간 모니터링 하고 있지 않는 ,  카메라는 이미 일어난, 그래서 누군가가 이미 희생자가 지나간 범행과 사건의 모습을 보여줄 따름이다. 우린 기껏해야 거기에 찍힌 범인의 모습을 사후에 그를 검거하기 위한 단서로 삼을 있을 뿐이다. 감시 카메라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면 그건 이러한 사후적 연관 관계를 통해서다. 말하자면 우리가 감시 카메라를 통해 현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은 이미 일어나버린 과거의 사건과 범죄다. 우린 우리가 화면을 통해 보고있는 범죄자의 범죄행위를 막아 나설수 없다. 우리 앞에서 희생되는 희생자를 구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런 사후적 감시 카메라를 바라보는 주체는 사실상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자체에 대해선 무기력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감시 카메라에 찍힌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무력감을 극대화시킨다. 사건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즉시 개입할 있던 유일한 감시 주체인 미카가 데몬에 사로잡힌 케이티에게 죽음을 당하고 , 남아있는 사건의 유일한 감시자는 카메라와 카메라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무력한 관객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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