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라디오와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김남시 2008. 12. 1. 20:46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해 라디오 연설을 했다고 한다. 장황한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습니다라는 마디에 요약되어 있다. 말하자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침체된 경제와 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어떤 정신적 자극을 주길 원했던 같다. 그런데, 라디오였을까? 24시간 TV 방영되고 있고, 그것보다 높은 비율로 거의 국민에게 개통되어 있는 인터넷도 있는데 라디오를 대국민 연설매체로 삼았던 것일까? 요즘도 아침 출근 시간에 MP 3 플레이어나 모바일 테레비젼이 아니라  라디오를 듣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혹시 되도록이면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떤 무의식적 바램이 있었던 것일까?



추측컨대 아마도 거기엔 1932 대통령으로 당선된 라디오 대국민 연설을 통해 경제공황에 힘겨워하던 미국 국민들에게 긍정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사례를 재현해보고 싶은 욕망이 작용하고 있었던 하다. 동부 지역 악센트가 섞인 영어로 직접 국민들을 향해 이야기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정치적 체험이었고 이를통해 생겨난 국민들의 신뢰는 그가 벌인 뉴딜 정책이 성공하게 했던 보이지 않던 배후였다. (이에 대해선http://www.zeit.de/2008/48/Roosevelt 참조) 루즈벨트 대통령이 당시 공황으로 힘들어하던 미국민들에게 행했던 연설의 핵심메시지 –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민을 향해 했던 그것과 비교해보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 매체로 라디오를 선택했던 배후에는 1930년대 루즈벨트의 신화를 2008 대한민국에 다시 되살려보려는 욕망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의심은 짙어진다.



여기서 당시 루즈벨트는 TV 인터넷이 아니라 라디오를 대국민 연설의 매체로 삼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사람들은 코웃음 것이다. 당연하지! 인터넷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TV보다는 라디오가 훨씬 대중적으로 보급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질문을 대국민연설을 행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던져본다면 어떨까?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접근력에서 TV 인터넷 보다 떨어지는 라디오를 대국민 연설의 매체로 선택했느냐고. 여기에서도 대통령과 국민들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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