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 유러 숍과 어떤 딜레마

김남시 2008. 11. 10. 04:43

한국에서 신던 가지고 왔으니까 거의 8년이 넘게 신던 양말들이, 하나둘 구멍이 생기고 닳아서 버리고 버리고 했더니, 이제 한번 빨래를 하고 나서 며칠 신고나면 더이상 신을 양말이 설합에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1 유러 숍에 가서 켤레에 1유러 하는 양말을 두개 구입했다. 사실 거기엔 양말을 사러 것이 아니라, 가은이가 롤러를 타고 학교에 갈수 있도록 롤러 자물쇠를 사러갔던 것인데, 정작 그건 찾지 못하고 양말만 사서 돌아왔다. 기억에 독일에서는 1, 2 전부터 하나 생기기 시작한 1유러 숍은 이제는 베를린 시내 어디를 가나 눈에 뜨일 정도로 많아졌다. 이미 몇년전부터 경제침제와 실업을 겪고있던 독일 사람들은 모든 물건들을 믿지 못할만큼 단돈 1유로에 구입할 있는 상점을 매일 가득 채울 정도로 애용한다.  샴푸, 린스, 콜드 크림 등의 화장품은 물론, 국자, , 도마 등의 부엌용품, 플라스틱 물총, 크리스마스 장식품, 연필, 볼펜, 공책, 스카치테이프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필품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1유러 숍에 처음 들어갔을때, 어떻게 이런 물건들이 단돈 1유러에 팔릴 있을지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오래전부터 사려고 했지만 사지 못했던 머핀용 종이컵, 아이 생일잔치에 쓰일 로보트가 그려져 있는 봉투, 가은이가 요즘 재미를 들인 뜨개질 바늘 등을 함께 마치 커다란 횡재라도 기분으로 바구니에 담았다.

 

집에 돌아와 거기서 사온 양말을 신으면서 나는 비로소, 다른 곳에서는 최소한 1켤레에 5유러에서 7유러하는 양말 품질도 그럭저럭 괜찮은 - 1유러에 팔릴 있게하는 어떤 배후의 경제 메커니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당연히 양말은 7유러 짜리 양말보다 값싼 재료로, 그렇게 철저하지 못한 품질관리를 통해 생산될 것이다. 하지만 양말을 1유러에 판매할 있게 데에는 다른 모든 생산비 보다 가장 감축시키기가 용이한 낮은 인건비가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1유러 숍에서 1유러 짜리 양말이 팔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낮은 임금과 그만큼 좋지 못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라면 최소 두 배 혹은 , 가격으로 팔릴 모든 물건들의 가격을 1유러로 책정할 있게 하는 데에도 중국, 인도네시아, 네팔 혹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이런 처절한 임금과 열악학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격의 물건들을 구입할 있는 곳은 1유러 숍만이 아니다. 독일에서 벌써 몇년전부터 기존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들을 제치고 높은 판매수익을 올리고 있는 소위 디스카운트 슈퍼마켓에서도, 기존 슈퍼마켓에서보다 가격의 생필품들을 구입할 있게 되었고, 이런 디스카운트 슈퍼마켓의 성공에 힘입어 기존보다 가격의 물건들을 판매하는 수많은 상점들이 생겨났다. 이런 전반적인 가격 하락 경쟁은 다른 분야에까지도 번져서, 예를들어 몇년 전까지만 해도 최소 15유러 하던 머리 자르는 비용이 이제는 대부분의 헤어 쌀롱에서 10유러, 심지어 9유러로 내려갔다.

 

생필품은 물론, 어쩔 없이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한 모든 생활비를 머리 속에 등록하면서 아껴써야 하는 나로서는 이러한 전반적인 가격하락 추세는 반가울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실업, 경기침체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다른 독일 시민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1주일에 한번 장을 때마다 얼마전 근처에 새로 생긴 디스카운트 슈퍼마켓 가고 실지로 기존의 일반 슈퍼에 비해 전체적으로 10-20% 싸다! –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물건이 있을때면 1유러 숍을 찾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나는 , 나도 깊숙히 개입되어 있는, 경제적 메커니즘에 대해 불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점점 물건을, 점점 가격의 써비스를 찾게 될수록,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디스카운트 슈퍼, 1유러 등의 가게들은 번창한다. 여기서 팔리는 모든 상품들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기존보다 낮은 품질의 재료가 사용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그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에 맞추어 낮추어질 것이다. 결국 스스로 소비자이기도 노동자들은, 그렇게 작아진 그들의 임금으로 인해, 스스로도 점점 가격의 물건들을 찾게 것이고, 이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임금의 노동을 증가시키는데로 이어지게 것이다.

 

지젝이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에서 이야기했던 오늘날 이데올로기의 공식 나는 안다하지만 다른 어디에서보다 바로 이런 경우에 적용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점점 값싼 물건을, 점점 값싼 써비스를 원할 수록 그것이 결국 노동자로서의 우리 자신의 임금을 하락시키고, 노동시장의 경쟁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되돌아 것이라는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우리의 현실적인 주머니 사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반 슈퍼가 아닌, 디스카운트 슈퍼에서 물건을 사도록, 중국에서, 파키스탄에서, 방글라데시에서 생산된 1유러 숍의 값싼 물건들을 구입하도록 강제한다.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소비생활 자체 속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배후에 숨겨진어떤 가상을 폭로함으로써 극복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은 예를들면, 우리가 우리의 빈약한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가격을 주고 그러니까 1유러 숍에서 보다 비싼 돈으로 - 물건을 구입하고,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대부분의 소비자가 그렇게 함으로써만, 그리고 그를통해 생겨나게 상품의 잉여 이윤을 끔찍한 처치의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주는데 투자하는 생산자를 통해서만 변화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소비자 혁명을 일으킬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