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적 인간

(2008년 9월 16일) Wolke 9 : 늙은 사람의 사랑

김남시 2008. 9. 16. 20:36

 

60살이 넘은 노인들의 사랑을 우리는 눈쌀 찌뿌리지 않고 떠올릴 있을까? 주책맡은 혹은 철없는 인물로 희화화된 코미디적 인물도, 돈으로 젊은 여자들을 주변에 끌어들이는 돈많은 늙은 기업가도 아닌 진지하게 사랑하는 나이든 사람들의 모습을? 그들의 사랑을 다룬 영화가 있다면 우린 입장료를 내고 그를 보러가게 될까? 젊고 섹시한 여배우의 벗은 대신 주름살과 흰머리, 거칠은 손마디로 푸석거리며 쓰다듬어지는 늙은 여인의 몸을 스크린에서 바라보는 우린 견딜 있을까?

 

깐느 영화제에 출품된 독일 감독 안드레아스 드레젠 Andreas Dresen 영화 구름 9“ 육십세가 넘은 잉에Inge 76세의 Karl 나누는 사랑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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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크린에는 젊고 섹시한 여배우의 자극적 섹스신 대신, 추하고, 역겹고, 상스럽게만 느껴져왔던 늙은 사람들의 사랑과 섹스가 펼쳐진다. 우리에게 익숙해 있는 사랑을 둘러싼 모든 로맨틱을 순간에 반대물로 전화시켜 버리는, 그래서 자신의 사랑에의 동경으로 영화를 보는 우릴 비밀스럽게 설레이게 하는 러브 스토리와는 도무지 거리가 노인들의 사랑이. 사랑이란, 누구라도, 아무리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있고, 있어야 한다는 나이브한 로맨티시즘은 인간이 자신의 삶의 시간에 대해 갖는 실존적 조건을 애써 망각함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그것이 주인공이 행복하게 키스를 나누는 장면으로 끝나든, 아니면 불행하고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건 젊은이들의 사랑은,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어쨋든 사랑을 다시 시작할 있는 삶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 만으로 결코 최종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그렇게 맺어진 누군가와 다시 헤어질 수도, 누군가와 아프게 헤어진 후에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만큼 충분한삶의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르테르의 사랑이 갖는 비극성은 젊은 베르테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자신에게 최종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데에 있다. 그는 그에게 다른 사랑의 가능성을 가져다 있었을 삶의 시간을 스스로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지금, 현재의 사랑 이상 어찌해 없는 운명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금/현재 사랑을 배반할 있는 우리의 삶의 시간에 대한 저항이다.   

 

그러나, 매일 매일 자신의 육체 속에서 흘러가 버린 시간의 흔적, 아무리 닦아도 없어지지 않는 얼룩처럼 발견하는 늙어가는 사람에게, 얼굴에 피어난 검은 기미와 머리를 뒤덥은 머리를, 이루지 못한 삶의 계획처럼 접어둔 지니고 살아가는 늙은 사람에게 사랑은, 이미 자체로 최종적이다. 스스로 기다리고 서로를 기다리게 하면서 이루어지는 사랑을 위해선 그들에게 남아있는 삶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을 통해 바로 사실을, 새삼스럽게, 상기한다. 사랑에 사랑하는 상대와 함께 살아가고자하는 욕구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들에게 사랑은 이미 시작에서부터 해결할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나는,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지?“ 라는, 어느날 잉에와 칼이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지 잉에에겐 수십 년을 함께 살아 늙은 남편이 있다는 사실하고만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질문엔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어떤 곳에 자신들이 도달해 있다고 하는 시퍼런 깨달음이 가라앉아 있다. 세상엔 무엇인가가 새로 생산되고, 우릴 놀랍고 혹은 충격에 빠뜨리는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생겨나고 있건만, 자신에게는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할 시간이 없다 깨달음. 쉴새없이 갱신되고 있는 세계 속에서 이상 갱신될 없는 자신의 낡은 육체와 과거를 끌어안고, 어김없이 자신에게 다가 죽음이라는 영원한 타자를 인내하며기다려야 한다는 깨달음.

 

그럼에도 잉에는 결국 사랑을 위해 함께 늙어온 남편을 떠나는 길을 택한다. 그녀의 선택은 그래서 우리가 외도 혹은 바람났다라고 부르는 속에 함축되어 있는 어떤 도덕적 질타의 가능성을 훌쩍 뛰어넘어 버린다. 그를통해 그녀는 이상 새로운 것을 시작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지금까지의 것을 부여잡고 조용히 인내하며 기다리기만을 요구하는 삶의 시간에게, 결국 같은 말이겠지만 다가오는 죽음에게, 운명에게, 너무 늦게 발견한 자신의 작은 행복 맞서 세운다 

 

 

http://www.wolke9.senator.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