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가 있거나 ‘유명한’ 미술관의 전시에 가면 느껴지는 어떤 불편함이 있다. 그것은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로서의 미술관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서의 미술관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성격으로부터 나온다. 미술관은 ‘작품’이 있는 장소다. 작품은 ‘작품’으로서 말한다, 혹은 말해야한다고 말해진다. 작품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비꼬면서, 우리 삶의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술관에서 우리는 그 ‘작품’을 대면하러 간다. 작품과 내가 만나는 장소가 미술관이다. 하지만, 또한 미술관에는 작가가 있고, 그 작품을 전시 기획한 기획자가, 미술관 관계자가, 다른 작가와, 비평가와,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과,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혹은 기획자가 되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그들은 언제 모이는가? 작품 전시가 열릴 때 모인다. 그들은 왜 모이는가? 1차적으로는 ‘작품’을 만나로 모이지만, 또한 그와 연루된 이 모든 다른 사람들을 만나러도 모인다. 그곳에서 ‘관계자’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아는 체하고, 인맥을 쌓고, 자신을 알린다. 작품을 만나는 것과 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때로 불편한 방식으로 충돌한다. 작품과 만나는 개인적이고 사적인 진지함은, 사람을 만나는 사회적이고 세련된 사교성과 충돌한다. 작품을 만나, 작품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나누는 이야기와 늘 조화롭게 융합되지는 않는다. 작품을 만나면서 내가 갖는 감정, 생각, 느낌들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는 나의 ‘속물성’으로 현상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나는 때로 불친절하고, 비사교적이며, 비우호적인 인간으로 현상하기도 한다. 작품을 만나러왔지 나를 홍보하려 온 것이 아니라는, 작품연관적 생각은, 예를들어 나의 명함을 상대에게 들이밀고, 나를 알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