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nst

Tatort. 라이프찌히로 가는 택시

김남시 2009. 6. 20. 13:43

서울 독일 문화원에서 독일의 고전적인 TV 범죄 씨리즈 물을 상영한다. 어제 행사 첫날 „Tatort 사건현장씨리즈의 첫번째 편인 라이프치히로 가는 택시 방영하였다. Tatort  1970 11 29 처음 방영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거의 40년에 걸쳐 방영되고 있는 독일 범죄물의 고전이다.  „C.S.I“ 등을 비롯한 많은 미국 범죄물이 이미 독일 TV 점령한지 오래된 지금도 일요일 저녁이면 많은 독일인들은 <사건현장> 보기 위해 TV 앞에, 손에 맥주를 들고, 앉는다.

 

범죄물이라는 쟝르는 다른 쟝르들 보다도 여러가지 점에서 깊은 사회적, 정치적 연관 관계를 갖는다. 그건 무엇보다도 쟝르가 소설이건, TV 씨리즈이건 - 강도, 살인과 같은 범죄가 존재하고,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런 범죄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범죄물이라는 쟝르는 생길 이유도 없을 것이며, 설사 생겨났다 하더라도 독자들은 거기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범죄물은 따라서 이야기가 행해지고, 유통되는 곳이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아무 범죄도 알지 못한 살아가는 동막골같은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백한다. 범죄물은 존재만으로도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의 이상주의적 환상을 배반하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범죄물이라고 칭해지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는, 전능한 신에 의해 직접 숨결을 받은 인간 세상에도 시기와 질투로 인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일어날 있다는, 신의 좋더라에도 어떤 균열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도덕적으로도 완벽한 공동체를 이상으로 내세우는 사회엔 범죄물이 살아남기 힘들다. 사회주의 동독이 1957 처음 방영하였던 TV 범죄물 <Fernsehpitaval 테레비젼 판례> 다규멘터리 형식으로 계급적 적대국 서독에서 일어난 범죄들을 소개하고 비난하는 내용이었고, 이후 1959년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 Blaulicht > 에서 주로 다루어진 것들도, 사회주의 동독을 서구로 부터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전까지 독일 국경에서 일어난 범죄들이었다. 그나마 씨리즈도 현실 사회주의 사회에 더이상의 범죄는 없다 동독 수상 울브레히트의 천명과 더불어 1968 막을 내리게 된다. ( Deutschland im Fadenkreuz. Die TV-Krimis Tatort und Polizeiruf 110, Goethe Institut Inter Nationes, S.9)

 

하지만 범죄물이 갖는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떠맡지 않을 있는 방법도 있다. 그건 범죄 이라는 도덕적 그물로부터 벗겨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범죄를 악인들이 저지르는 흉악한 행동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의 삶의 조건에서 생겨나는 어떤 비극적 결과라고 보편화시킴으로써 범죄물에서 속류 오락물이라는 딱지를 제거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제 라이프찌히로 가는 택시 내용은 분단된 독일의 상황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삼고 있었다. 서독의 부유한 사업가 에리히 란스베르거는 라이프찌히 (동독)에서 열린 박람회 만난 동독의 여인 에바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서독으로 빼내오기로 결심한다. 그와 그녀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먼저 서독으로 데려오기 위해 란스베르거는, 사별한 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나 백혈병에 걸려 죽어가는 그의 다른 아이를 동독으로 데리고 온다. 그는 동독에서 죽은 아이 대신 에바의 아이를 자기 아이라고 속여 서독으로 데리고 오는데는 성공했지만, 에바의 아이로 위장하려 했던 죽은 아이가 서독제 신발을 신고 있어서 경찰의 의심을 받게된다. 사건에 어떤 냄새를 맡은 함부르크의 경감 파울 트림멜 그는 형사 콜롬보의 소탈함에 셜록 홈즈의 명민함을 티나지 않는 인간적 이해심으로 흡수한 매력적인 캐릭터다 불법으로 동독에 입국해 에바를 만나, 그녀가 동독의 고위급 경찰 페터 클라우스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서독에 가기보다는 동독에 남아 클라우스와 함께 살려고 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파울 트림멜 경감은 이제 범인을 쫓는 추격자로부터 복잡한 인간 드라마의 중개인 역할을 맡는다.    

     

 

 

 

 

냉전과 이데올로기 대립이 한창이던 70년대에 제작되었음에도 작품은 동독을 사회주의적 관료주의와 경제적 빈곤, 정치적 경직성에 신음하고 있는 나라로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죽은 아이의 진상을 밝혀내려는 파울 트림멜 경감의 정의감이 맞부닥치는 상대는 흉악한 범죄자의 계략이 아니라 분단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사랑이다. 독일의 TV 드라마나 영화에 특징적인 느린 템포는 어서 빨리 사건의 결말을 알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보다는 자제시킨다. 지리하게 느껴질 있을 이런 진행은 그러나, 낯설게 느껴질 정도의 근접 촬영과 그를 놀랍게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의도적으로 배치되었음에 틀림없음에도 마치 의도적이지 않은 것처럼 훌쩍 스쳐 지나가는 화면 속의 수많은 암시들을 통해서 인상적으로 뇌리에 남는다. ( 하나는 에바와 란스베르거가 트림멜 경감의 중개로 라이프찌히의 카페에서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장면에 스쳐 지나간 안전운전을 계도하는  표지판이었다. 거기엔 Verkehr, Verhalten, Verantwortung 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여기엔 속도를 낮추고 책임있게 운전 Verkehr하라 표면적 메시지 배후에 사랑/교제 Verkehr 할때 책임감있는 태도를 갖추라는메시지를 숨겨져 있다. )      

 

 

 

행사 첫날인 어제는 상영이 끝난 문화원에서 마련한 독일! 쏘세지와 독일 맥주를 맛볼 있었다. 마치 외국의 길거리에서 한국 동전을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낯설고도 반가왔다.

 

행사는 격주로 계속 진행되고, 참가비나 입장료 따위는 없다.

관심있는 사람은 독일 문화원 홈페이지를 참고 하십시요.   http://www.goethe.de/ins/kr/seo/ko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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